2020.2.11 개정
이건 거의 야원우주 타레스의 캐릭터 해석이나 다름없는 챕터입니다. 사람의 현재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그의 과거들이죠. 타레스의 과거사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공식 설정집, 극 중 인물들의 대사와 그 뉘앙스, 행동, 상황, 기존 드래곤볼의 스토리 진행 유형 등을 종합하여 추측해 보기로 합시다.
<참고자료> ジャンプコミックス DRAGON BALL Z DRAGON BALL Z MOVIE 地球まるごと超決戰 : 映画(DVD), 台本,(비매), 設定資料(비매) 鳥山明 THE WORLD アニメスペシャル (週刊少年ジャンプ特別編集1990年10月10日号) ドラゴンボール大全集 / ドラゴンボール超全集 テレビアニメ完全ガイド DRAGON BALL Z 孫悟空伝説 ドラゴンボ-ル完全版公式ガイド Dragonball FOREVER ALL BOUTS & CHARACTERS キネマ旬報 (1991年2月号)
2. 제왕의 야망, 타레스의 과거
타레스는 그동안 드래곤볼에 등장했던, 신나게 싸우고 배불리 먹으면 그만인 여느 사이야인들과는 ‘야망이 있는 남자’ 라는 점에서 조금 다릅니다. 그것도 그냥 출세해서 돈 많이 벌고 떵떵거리며 살아야지 정도가 아니라, 우주의 제왕 자리를 노리는 남자거든요. 게다가 부하들 사이에서는 이미 타레스님이 제왕!
타레스가 처음 프리저의 눈에서 벗어나 혼자 돌아다니기 시작했을 무렵엔 용병을 살 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디 숨겨놓은 돈이 있었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데 그렇다고 처음부터 신정수 열매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도 하급전사 혼자서 짧다면 짧은 기간 만에, 도처에 강한 적들이 산적해있는 우주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충직한 부하들을 끌어모으고 그들에게 제왕 소리까지 들으며 군림하게 되었다는 건 사실 여간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타레스 군단이 지구에 왔을 때의 모습을 생각해 봅시다.
우주의 수많은 종족들이 모두 같은 옷을 입고 사는 것도 아닐 텐데, 부하들은 우주 각지에서 모였으면서도 타레스와 같은 전투복에 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어요. 이것들은 대장으로서 타레스가 지급했다고 봐야합니다. 게다가 전투복이나 스카우터는 소모품이라 작중 묘사에서도 금방 망가지고 못쓰게 되곤 하는데, 이것들이 고장 나고 부서질 때마다 매번 새 보급품을 충당하려면 돈이 꽤 많이 들었을 겁니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우주선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 역시 시간이 지나면 수리에도 연료를 구하는 데에도 또 돈이 들어요. 원래 사람이 춥고 배고프면 주위에 눈 돌릴 겨를이 없다잖아요, 하지만 부하들의 높은 충성도를 보면 타레스가 그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물론이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잘 살게 해 줄 테니 날 따라오라” 고 오반이를 유혹하는 대사를 보면 아마 유흥 문제까지도 풍족하게 챙기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도 다 돈이 드는 일이고요. 즉, 타레스는 위에 열거한 것들을 모두 해결할만한 재력이 이미 충분히 있는 상태라는 말입니다. 도대체 타레스는 하급전사의 신분으로, 그것도 혼자서, 어디에서 이런 재력을 손에 넣었을까요? 도대체 타레스 군단은 그의 어떤 면을 보고 충성을 맹세했을까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망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봅시다!
먼저 타레스가 신정수 열매를 처음 입에 댔을 때. 본디 신정수는 신의 열매로, 인간이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해요. 타레스는 단독 행동을 하던 중 신정수의 존재와 그 힘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리고는 죽음이라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그 열매를 먹습니다. 죽다 살아나면 강해지는 사이야인의 특성 상, 드래곤볼에는 스스로에게 위해를 입혀 강해지려는 시도들이 작품 전반에 걸쳐 왕왕 등장합니다. 베지터도 프리저와 싸울 때 크리링을 시켜 스스로 부상을 입은 적이 있고, 카카로트도 물론 얘는 사이야인의 특성같은 거 모르고 한 짓이지만 수련할 때 자신에게 카메하메하를 쏘아 맞추고 쓰러지기도 했지요.
하지만 타레스가 목숨의 위험을 감수했을 때와 저들의 차이점은, 이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했을 때 살아날 방도가 있느냐 없느냐 입니다. 베지터에게는 덴데의 치유 능력, 카카로트에게는 선두가 있었지만, 타레스가 처음 혼자서 신정수 열매를 먹을 당시에는 프리저의 눈을 피해 벗어난 상태라 쓰러진 자신을 데려다 치료해 줄 의료팀도 없었고, 아직 부하들을 만나기 전이라 달리 도와줄 사람도 없었으니, 자칫하면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확실하게 믿는 구석이 있었던 베지터나 카카로트와는 다르게, 신정수 열매를 먹고 견디지 못하면 그냥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먹고 강해져야만 하는 이유가 타레스에게는 있었을 겁니다.
답은 설정집에 이미 쓰여 있어요. 바로 프리저를 치는 일이요!
하지만 도대체 프리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길래 본인의 위험도 불사하려고 했을까요? 여기에다 타레베지 망상을 아주 조금 보태봅시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프리저를 물리치겠다는 각오, 제왕으로 군림하겠다는 야심, 그리고 사랑하는 왕자님에게 돌아가겠다는 맹세! 타레스의 지난 10년을 지탱한 것이 이것들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신정수 열매를 먹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동안에도 프리저의 손아귀에 남겨놓고 온 베지터를 가슴에 묻으며 주먹을 쥐고 턱에 핏줄이 터지도록 이를 악무는 타레스를 상상해 보라고요! 아아, 섹시해….
그럼 이제부터 극장판에서 타레스가 보여준 행동들과 대사 몇 가지에서 그의 과거에 대한 가설을 세워봅시다.
첫 번째, 유년기에 이미 전투력이 우수했다? 타레스가 지구에 와서 스카우터로 손오반의 전투력이 1만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도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역시’ 사이야인의 피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라며 당연하다는 듯이 웃는 장면을 봅시다. 카카로트가 태어났을 때 전투력이 고작 2였다는 것, 라데츠가 지구에 왔을 무렵 무거운 옷을 입었을 때와 무거운 옷을 벗고 기를 집중할 때 카카로트의 전투력이 각각 334 와 416, 그 때 라데츠의 전투력이 1천5백, 사이야인 전사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는 버독의 혹성 베지터 파괴 즈음 전투력이 1만 전후였다는 것을 떠올려 주세요. (TV스페셜 단 혼자만의 최종결전 たったひとりの最終決戰 참조)
만약 타레스가 사이야인 하급전사의 전투력이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고 있었다면 하급전사 카카로트의 아들이 어릴 때 이미 전투력 1만이나 된다는 사실은 충분히 놀랄 만한 일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타레스는 놀라기는 커녕 사이야인의 피를 이었다면 그 정도 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데 (さすがサイヤ人の血を引いてるだけの事はある), 이 대사 뉘앙스를 보면 ‘어린 사이야인 하급전사가 전투력 1만이면 꽤 쓸만한 정도’ 로나 여기고 있어요! 그러니까 먼저, 타레스는 사이야인 하급전사의 평균적인 전투력이 얼마쯤 되는지 잘 모른다는 말입니다. 본 적이 없단 말이에요!
이걸 바탕으로 조금 더 생각해 볼까요? 다른 사이야인들의 어릴 때 전투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지만, 타레스 자신의 어린 시절 전투력이 1만에 가까웠거나 그보다 높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쯤은 되는 줄 알고 자랐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이 가설은 아래 내용과 이어집니다.
두 번째, 교육을 잘 받고 자랐다? 혹성 베지터에서 자라지 않았다! 극장판 전체를 놓고 봐도, 타레스의 말투는 매우 점잖고 차분합니다. 신분 고귀한 왕자님조차 맨날 입에 달고 사는 그 흔한 젠장(ちくしょ) 한번을 안 해요.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힘있는 어조, 함부로 나서지 않는 신중함, 싸울 때도 내내 여유 있는 대사들, 부하들을 대하는 태도,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도 매우 정제되어 있고 대사의 문장 구성도 유려할 뿐아니라, 카카로트나 오반을 꾀어낼 때 하는 말도 '동료가 되어라' 가 아니라 ‘무릎을 꿇어라’, ‘나를 따라라’ 이런 식으로, 본인의 기본적인 포지션이 윗사람입니다.
이 분 대사들이 실제로 얼마나 점잖으냐면, 심지어 욕까지 고상해요! (나중에 시간이 좀 나면 대본 타이핑해서 타레베지 연구소에 올려놓을게요!) 작중에서 카카로트에게 “사이야인의 얼굴에 먹칠하는 놈 (サイヤ人の面汚し目)” 이라고 하지만 이건 일단 욕이 아니고, 욕이라고 할 만한 게 피콜로에게 “곧 죽을 놈이(くたばり損ないが)” 라고 외치는 장면 딱 하나 있는데, 이것조차 점잖으신 분이나 쓰는 옛날 말로 지금은 거의 사어나 다름없는 단어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안 쓰이는 말이냐면요, 구글에서 검색해도 단어 뜻을 설명하는 사전 밖에 안 나올 정도예요. 그런데 이게 타레스가 화가 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저 단어가 본인이 할 수 있는 제일 심한 말일 거라는 게 킬링 포인트….
사람은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제대로 된 교육 한번 못 받았을 평범한 사이야인 하급전사 라데츠와 어릴 때나마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랐을 베지터의 당당함이나 위엄을 비교해서 생각해 봅시다. (베지터의 경우 평상시 단정하다가도 위기에 처하면 체신이 확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아마도 교육 기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완벽한 습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크다고 여겨집니다. 자존심만 높고 자존감은 낮은 것도 비슷한 맥락) 또는 전투력은 우수하지만 한없이 가벼운 리쿰과 그보다는 약하지만 우아한 왕족 출신 자봉의 언동을 보세요. 아니면 평범하게, 잘 모르는데 유식한 척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만 생각해봐도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타레스의 경우 쉽게 흔들리지 않는 차분한 태도가 (심지어 위기에 놓였을 때도) 끝까지 유지되는 걸 보면, 그 점잖음이 일부러 흉내내는 게 아니라 완전히 몸에 밴 거라고 밖에 할 수 없는데, 이건 자라면서 여간 오랜 기간 동안 체계적인 교육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가 없는 거거든요.
다들 아시다시피 혹성 베지터에서는 하급전사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베지터 왕도 왕자도 하급전사 보기를 그냥 나라에서 주는 음식 먹고 나이 차면 나가서 싸우고 그러다 죽으면 그만인 것들로나 취급하니까요. 그렇다면 타레스는 혹성 베지터가 아닌 다른 곳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말이 되지요. 게다가 일단 극장판 전체에 걸쳐서 잘 보시면, 타레스 자체가 사이야인에 대해서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어요. “쓰고 버려지는 우리 하급전사들은 (俺たち使い捨ての下級戰士は)” 이라는 대사에서 보이듯이 본인이 하급전사라는 것도 알고 있고 하급전사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도 알고는 있는데, 막상 사이야인 하급전사는 타입이 적어서 얼굴이 대개 똑같이 생겼다고 믿고 있거나, (실제로 이건 원작자가 스토리 구상 과정에서 아예 제외한 설정입니다. 하물며 TV스페셜 단혼자만의 결전만 봐도 애들 얼굴이 다 다르죠. 타레스의 대사 외에는 작품 전체에 언급조차 되지 않는 설정이에요) 사이야인은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등, 아무튼 자기네 종족에 대해 대략적인 큰 틀은 아는 것 같아도 세부적인 데에서는 묘하게 이상한 지식을 가지고 있단 말이에요? 마치 미국에서 나고 자란 한인 2세가 부모님에게 한국에 대해 대충 들어서 알기는 아는데 애매하게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요!
또 여기서 잠깐, 드래곤볼Z의 다른 극장판 중 브로리가 어릴 때 전투력이 1만이라 베지터왕에게 살해당할 뻔했다는 것을 떠올려 볼까요? 여기에 위에서 서술한 첫번째 가설 “타레스 유년기 전투력 우수설” 을 연결해 봅시다. 어릴 때 전투력이 꽤 높았다 → 혹성 베지터 밖에서 자란 덕에 왕족에게 살해당하지 않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 다른 별에서 자랐기 때문에 보통 사이야인 하급전사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고등교육을 받았다 → 그래서 사이야인에 대해 사실은 잘 모른다? 아니, 세상에? 완전 그럴 듯하지 않나요!
세번째.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다! 이번엔 오반에게 “우주를 마음대로 떠돌고 마음에 드는 별을 파괴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맛있는 술에 취한다…, 이보다 좋은 생활은 없을 걸 (宇宙を気ままにさすらって、好きな星をぶっこわし、旨いモノを食い旨い酒に醉う…, こんな樂しい生活はないぜ)” 라는, 마치 밤의 제왕 같은 말로 꼬드겨서 동료로 영입하려고 했던 타레스의 대사를 봅시다.
저는 이 대사가 타레스님의 이미지 왜곡(?)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는데, 극장판 설정이나 전체 흐름 다 제쳐놓을 정도로 다른 대사들보다도 저 문장의 임팩트가 엄청나서, 이거 하나로 타레스의 캐릭터를 단순히 ‘쾌락추구+가벼운 남자’ 로 인식하고 마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특히 동인판에서;
사실 저 대사는 앞에 “어떠냐, 꼬마. 나와 함께 갈 생각은 없느냐 (なぁ 小僧, 俺と一緒にくる気はないか)” 와 묶어서 봐야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밤의 제왕처럼 살고 있다’ 가 아니라 '나를 따라오면 네가 이렇게 살게 해주겠다' 라는 소리예요. 사이야인의 본성에 기댄 유혹인 거죠. ‘타레스는 이런 인물이다’ 를 보여주는 대사가 아니라. 게다가 원래 대본에는 ‘맛있는 술에 취한다’ 는 대사도 없거든요. (맛있는 술 멘트는 성우의 애드립입니다. 이와 관련해 흑심 가득 사족으로, 담당 성우 노자와 마사코는 점프 특별호 출간 당시 코멘트란에 타레스에 대해 “조금 냉소적인 성격에 세계최강 멋진 남자” 라고 쓰셨어요. 암요, 우주 제일 멋진 남자죠, 네.) 그럼 타레스의 성격을 파악하려면 뭘 봐야 하느냐, 바로 인간관곕니다,
타레스와 프리저의 부하들과의 관계는 각각 다른 양상을 띱니다. 프리저의 부하들은 기뉴 정도를 제외하면 다들 두려움이나 일신상의 안위 때문에 프리저 밑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적이 보스에게 덤벼들어도 위에서 명령이 내려오기 전에는 일단 몸을 사려요. 상대가 자기보다 강할수록 더 그렇습니다. 프리저의 최측근이라는 도도리아마저 베지터에게 목숨을 위협당하는 상황이 되자 프리저의 비밀 (프리저가 혹성베지터를 파괴한 장본인이라는 사실) 을 폭로하고, 자봉 역시 같은 상황에서 베지터에게 자기와 힘을 합쳐 프리저를 쓰러뜨리자고 말합니다. 큐이나 아플 같은 다른 부하들 역시 자기 목숨 아까워서 강자 밑에서 몸 사리고 있는 것일 뿐, 진심으로 프리저를 위해서 싸우지는 않습니다. 프리저가 무서워서 반항하지 못하는 거지, 프리저가 좋아서 또는 충성심이 깊어서 그 밑에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타레스 군단은 다릅니다. 자기들은 먹지도 못하는 신정수 열매를 타레스를 위해 키우고, 타레스가 기뻐하면 자기들이 더 기쁘다고 얼굴에 써놓고 (심지어 대사조차 “타레스님 기뻐해주세요!”) 적들이 타레스에게 조금 적대적인 모습만 보여도 자기들이 대신 싸우겠다고 서로 앞 다투어 나서는 등, 타레스의 옥체보존과 입신양명을 위해 스스로 구릅니다! 타레스님에게 누가 손대는 걸 부하들이 못 견뎌요; 저는 이걸 공포를 바탕으로 리더가 된 프리저와는 달리 타레스가 신망을 바탕으로 리더가 되었다고 보는데, 크러셔 군단의 개별 이력을 보면 개인플레이에 최적화된 ㅡ 충성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인물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전직 흉악범 아몬드, 현상금 사냥꾼 카카오, 왕자 다이즈, 천재 과학자 레즌, 라카세이) 타레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이 있지 않고서야 저런 태도가 나올 수가 없거든요!
원래 행실이 가벼운 사람은 다른 이들의 신뢰를 얻기가 힘들지요. 아무리 밥 사주고 술 사주고 돈도 펑펑 써가며 잘해줘 봤자 얻어먹을때나 앞에서 “아이고, 형님, 절 가지세요” 하지, 그게 진심으로 이어지진 않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부하들이 자신의 안위를 뒤로 미루면서까지 대장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친다는 건 틀림없이 타레스가 그들에게 보여준 평소 모습이 단순히 하고싶은 거 하고 제멋대로 사는 무책임한 삶과는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프리저의 공포 정치와도 다른 뭔가가 더 있었다는 거죠. 신뢰가 무럭무럭 자랄만한 리더로서의 모습이요! 타레스가 자기 사람 꽉 품어줄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거지! 평소에 얼마나 잘해줬길래 타레스님 타레스님 아주 목숨도 내놓으려고 하겠어요!
그럼 타레스가 적을 대할 땐 어땠는지 한번 볼까요? 오반이를 회유할 때만 해도 좀 위압적이긴 했지만 나름 부드러웠어요. 오반이가 반항하기 전까지는 이렇다할 폭력도 없었고, 오히려 자길 따라오면 너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게 해주겠다 설득하기도 했고요. 물론 카카로트에게는 처음부터 사납게 대했지만, 그건 카카로트가 처음부터 적대적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레스는 카카로트가 자신과 같은 사이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전투 중에도 몇번이나 마음을 바꿀 기회를 줍니다. 심지어 말로는 죽이겠다고 하지만 결국 끝까지 살려두죠. 반면에 처음부터 복속시킬 생각이 없었던, 그러니까 어차피 완전한 타인일 피콜로나 다른 지구인들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냉소적이에요. 요컨대 내 테두리에 있는 사람, 내 테두리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사람, 아예 상관없는 사람, 이게 타레스의 태도가 달라지는 분기라는 말입니다. 어때요, 선 긋기 확실하죠?
말하자면, 타레스는 내 사람은 제대로 꽉 품어주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예 가차없는 인물이라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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